유리

2012/05/14 00:00

“고모한테 유리라고 그러면 안 돼요?”
“응?”
“유리는 아빠라고 하면 되거든요.”
“그거 네 생각이야?”
“응?”
“유리가 그러라고 그런 거 아니고?”
“응? 내 생각인데? 싫어......요?”
“유리가, 아니 혜지 아빠가 아주 옛날에 나 유리라고 그랬다...... 그 생각이 나서...... 네가 유리라고 부를 거 같다는 생각도 하긴 했어. 아빠가 안 서운해 할까?”
“응. 아빠는 안 서운해 해요. 그건 혜지가 알아요.”
“아빠가 다 알고 있었나보다. 네가 나 유리라고 할 걸. 그래. 그러자. 너 학교 갈 때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으면서? 그래봐야 일 년도 못 부르겠네.”
“난 계속 유리라고 그럴 건데요? 유리한텐 그럴 수 있어. 엄마, 아빠가 아니잖아요.”
“아!”
“고모가 좋아?”
“아? 응, 아니. 둘 다 괜찮아. 잠깐 아빠 생각했다. 아빠 엄청 치밀하다고.”
“응?”
“현명하다고.”
“응.”

현관에 서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혜지를 보자 아래로 팔을 열어 준 누나였고 혜지가 뛰어와서 누나를 감싸 안았다. 안아 올리려는 걸 안 혜지가 팔을 풀어 주고 누나가 혜지를 안아 올렸다.
“여전히 가볍네?”
“응.”
“두 주나 못 본다면서?”
“응, 16일.”
“유리도 안다. 한 주가 팔 일인 거. 잊어버렸을까봐 그런 거지?”
“응. 그런데 유리랑 있으니까 괜찮아요.”

혜지가 오전 잠에서 깨기 전에 브러치를 만들어 둘 생각인 누나였다. 새우를 정리하고 있을 때, 잠든 줄 알았던 혜지가 다가와서 까치발로 누나 옆에 섰다. 혜지 시선 높이에도 들어오는 새우였지만 손 본 상태를 더 자세히 보려고 까치발을 한 혜지였고 누나가 내려다보면서 웃음이 일었다.
“잠 안 와?”
“유리 뭐 하는 지 보려고. 브러치?”
“응. 그런데 첨 해보는 거라서 맛없을 거야.”
“응. 유리 요리 잘 못할 거 같아요. 요미처럼.”
“요미도 그래?”
“아빠보다 못 해. 하지만 요미가 하는 요리 맛있어요. 유리도 그럴 거 같아요. 맛있을 거예요. 요미는 아빠한테 브러치 해 달라고 그런다. 그래서 브러치는 아빠가 해 준 거만 먹어봤어요.”
“음? 하지 말까?”
“아니야. 맛있을 거야. 혜지도 다른 브러치 먹어봐야지!”

잠이 든 혜지 등을 계속 쓰다듬어주고 있던 누나였다. 혜지가 신경들이 돌아오면서 근육들이 깨어나는 가벼운 몸의 저항을 했고 누나가 혹시 혜지 잠을 방해한 걸까 싶어 손을 멈췄다. 그러다가 혜지가 깨어나는 모습에서 신이라는 생각을 한 누나였다. 혜지에 대한 공포가 없는 누나였기에 깨어나는 혜지를 빤히 볼 수 있는 누나였다. 눈 감은 채로 모든 걸 다 인지하고 있는 혜지였다. 혜지가 눈을 감은 채로 깨어나서 누나 품을 찾아 파고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있는 혜지였다.
“혜지야?”
“......”
“울어?”
“연이 보고 싶어.”
“......”
동생을 보고 싶어 하는 혜지 때문에 잠깐을 혼란에 빠진 누나였다. 여덟 살 꼬마는 엄마, 아빠를 먼저 보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누나였다.
“금방 올 거야. 괜찮아. 괜찮아.”
“응. 잠깐만 이렇게 있을 게요.”
“응.”

보조개가 잠깐 있다가 사라진 혜지 때문에 누나가 혜지 볼을 꼬집어봤다. 누나가 올려다보는 혜지 때문에 손을 놓았고 혜지가 맑게 웃는 모습으로 누나를 올려다보면서 다시 보조개가 생겼다.
“너도 알지?”
“응.”
“어떻게 이런 거야?”
“요미 닮아서 그래요. 그런데 아빠도 닮아서 그래요.”
“응?”
“꼬집으면 생겨요. 잠깐 생겨. 가끔씩 그래.”
“아. 그런데 아까는 안 꼬집었는데?”
“응. 그건 내가 생기게 한 거예요. 볼을 계속 움직여서 그런 거예요. 볼이 이상하면 생겨. 딴 생각하느라고 볼이 이상해서 생긴 거야.”
“딴 생각?”
“응, 무슨 생각했는지 기억 안 나요. 자잘한 생각. 편린.”
“편린?”
“응, 조각!”
“?”
“나비가 왜 없지? 여기 실내잖아? 그래도 열려 있는 데? 무서워서 안 오는 건가? 유리 화장품 냄새 좋다. 나비 냄새 같다. 유리 다리 정말 예쁘다. 아니지 유리는 원래 예쁘지. 나도 크면 저럴까? 또 뭐지? 그런 거!”
“그거 한 번에 하는 생각이지?”
“응? 응!”
“......”
“왜요?”
“아니...... 아빠 닮았구나 싶어서.”
환하게 웃는 혜지였고 누나가 궁금해서 왜 그래하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빠가 왜 유리 다리 베고 잤는지 알았어요!”
“응?”
“유리 모란 같다! 모란 향기 나. 아빠가 그래서 그랬구나!”

“왜 싫은 데?”
“안 옳아. 다 똑같은 사람인데 여왕이고 공주인 거 안 옳아요.”
“안 똑같잖아?”
“혜지만 그렇잖아. 다른 왕족들은 다 똑같잖아. 똑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 기회를 망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그런 쪽으로 물려받는 건 없어야 해요. 사람이면 그래야 하는 거예요.”
“......”
“알아. 친한 사람, 자기 아는 사람이 좋았으면 싶은 건 알아요. 그런데, 안 옳은 건 사실이고 혜지는 그래요. 없애야 하는 제도에요. 물려받으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결국엔 여왕이 되는 게 맞을 것 같은 데? 안 그래? 넌 사람들에게 해 줄 게 많을 거 같은 데? 사람들도 그걸 바라니까 그러지?”
“혜지는 안 해요.”
“왜 싫은 데?”
“사람 세상은 사람이 만드는 거고 왕실이 있다는 거, 그거 세상이 온전하지 않다는 얘기야. 유리 이상해!”
“뭐가 이상해?”
“유리도 안 옳은 거 알면서?”
“아냐. 난 모르겠어. 다른 사람이면 그런데, 네가 여왕 되는 건 옳은 거 같아서......”
“유리가 혜지 좋아해서 그래요. 그런데 유리는 그걸 빼 놓고 생각하는 거야. 맞지?”
“......”
“인간 아닌 짐승이야 하는 거예요. 세습은...... 맞죠?”
“......”
“하늘 타 볼래요? 아빠가, 요미가 선물한 건데, 아주 오래 전에...... 아주 빨리 달릴 수 있어요. 그런데 난 빨리 못 몰아요. 꼬마라서 몰지도 못해요. 부탁해야 해. 어디 데려다 줘. 이렇게요. 유리한테 맡기면 빨리 달릴 수 있어요.”
“난 운전 잘 못 하는 데? 여기 차들은 내가 아는 차와는 많이 달라.”
“하늘이 알아서 해요. 유리 생각대로 움직이게 되요. 운전이 모자라면 알아서 도와주고요. 바퀴로도 달릴 수 있어요. 유리한테 맞을 거예요.”

혜지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경호관에게 화 난 목소리로 됐어요라는 한 마디를 했었고, 경호관은 그대로 물러났다. 운전을 마치고 돌아온 누나가 운전 제어판이 사라진 누나 자리로 옮겨오는 혜지를 안고 내렸고 경호관과 경호원들이 다가왔었다. 누나가 궁금증을 풀 생각이었다.
“경호관 아가씨.”
“예?”
“내가 무서워요?”
“......”
“?”
“레아녹스 테히피어의 티릅들은 전설입니다. 테히피어 1, 2 세대는 더 하지요. 그런 이들도 헤인을 무서워했어요.”
“......”
“고모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무서운 것도 있지만 권위를 가지고 계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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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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