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2012/01/25 12:45

군 생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견디는 공간이면 당연히 내겐 쉬운 공간.
아픈 건 그 거였다. 감정. 아이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었던 거다.
아이 나 다시 생각할 일 없게 잘 정리할 거라고, 아이 내내 울리던 가을이 흐르게 했고 그리고 떠나왔던 거다. 입대 며칠 전에야 내가 떠난다는 걸 안 아이가 마지막 술자리에 왔다가 앉지도 않고 가 버릴 때에야 아이가 감정을 정리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잘 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내 감정을 정리하지는 못한 셈이다. 한 번 더 볼 수 있을 거라고 학교 다시 들렀다가 입대했던 가을. 마음은 계속 아이 감정에 대해 거절과 수락 사이에서 헤맸던 거다.

여섯 주의 훈련소 기간 내내 마음속에 아이가 있었다. 볼 수 없을 때의 그리움. 그것도 일부러 매정하게 대해 매번 울려 놓곤 하던 안쓰럽기만 했던 아이. 누워서 바라 본 가을 하늘에 온통 아이 얼굴뿐이었던 어떤 날의 기록이면 그 그리움은 다 설명된다. 태양이며 구름 따위 존재 하지도 않았다. 하늘엔 온통 아이 얼굴뿐이었다.
매 시간이 숨쉬기도 힘든 고통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편안했다. 강인한 정신과 강인한 몸. 다른 사람 다 쓰러질 때까지 늘 마지막까지 견디는 상황. 당연히 아이 생각이 그 여유 속을 파고들었다. 이러다 죽는다는 생각. 군 생활 내내 아이 마음에 안고 있을 거라는 걱정.
아홉 주쯤에야 모든 것이 정리 되었다. 기억을 잃어버렸다. 아이에 대한 기억은 내가 잘 모르는 후배, 내 동기며 후배들이 눈물지으며 매달리던 좀 예쁜 아이. 그것뿐이었다.

아이가 지워지곤 군 생활이 난감해졌다. 이걸 왜 해야 해? 왜 입대했던 거지? 어차피 해야 하는 거니까 하는 건데……. 왜 입대한 거지? 아이가 없으니 입대에 대해 설명이 안 된 거다. 재학 중이어서 영장 나올 이유가 없는 데? 가식에는 저항하는 내가 아직 생각도 해 본적 없는 군대라는 연극에서 제대로 연기를 할 리는 없었다. 내 하급 기수들 괴롭히던 선임들 다 패 놨던 어떤 날들은 그렇게 존재했다. 아이 이야기 하다 울어버린 내 동기를 보고 돌아왔던 특박. 이유는 모르겠는 데 울컥했던 거다. 왜 아이와 나를 연결시키려다 울어버리는 거야 싶었던 날. 상황은 뭐...... 깔끔하게 덮였다. 선임들이 민망해 할 뿐. 대신 싸움 잘 하는 거 들킨 날쯤이다. 아저씨가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전사랬잖아......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한 두 번 드러난 것도 아니잖아......

돌아와서 아이를 처음 보던 날...... 내 심장이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대하는 모습으로 뛰었다. 아이와 연관된 특별했던 기억 하나도 없이, 화난 눈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 모습에서 심장이 그렇게 뛰었다. 날 안을 때면 편안하던 아이 심장이, 내가 안아 줄 때면 안아 준 아이 등 뒤에 내 손으로도 느껴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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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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